에버랜드 레서판다 사진
대륙별 문명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 원인을 여러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쓴 책인 '총.균.쇠'에는 수많은 동물 중 인간이 가축화 시킨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소개되어 있다. 수만종의 동물 중 인류가 길들이고 가축화 시킨 것은 극소수인 소, 말, 돼지, 양, 염소, 개, 고양이, 낙타, 라마....등의 10여종 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게 극소수 밖에 길들이지 못한 것은 그 수많은 야생동물 종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습성이 너무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부정적이라는 특성은 너무 사납거나 거칠어서 인간이 다루기 힘들거나 특정 먹이에 대한 섭식으로 먹이 공급이 어렵거나 번식이 까다롭거나 하는 이유들이었다.
레서판다 사진 몇 장에 뭔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터이지만 서울대공원 동물원이나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있는 레서판다를 볼 때마다 왜 인간은 레서판다를 길들이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물런 지금이야 멸종위기종으로 엄격히 관리가 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있기 수백, 수천, 혹은 수만년전에는 지금보다는 그 숫자가 훨씬 많았을터이고 사냥이나 포획에 대한 관리 자체가 없었을터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귀여운 동물을 왜 인간은 개와 고양이처럼 길들여서 가까이 두지 못했을까?
95% 이상의 먹이를 대나무만 먹는 섭식 습관 때문일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번식의 어려움이 가축화를 가로 막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을 한다.
앞서 언급했던 인간이 길들여 가축화한 동물들이 번식을 얼마나 잘하는지 그래서 지극히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수긍이 갈 것이다. 하지만 레서판다를 야생에서 용케 포획해서 집에다 대나무 심던, 대나무를 캐오던 끊임없이 먹여서 키웠다고 하더라도 번식이 안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자이언트 판다이던 레서판다이던 생물학적 계통으로는 전혀 별개의 두 동물이지만 정말 희안하게도 공통점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번식이 엄청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일년에 짝짓기가 가능한 날도 얼마되지 않을 뿐더러 짝짓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성(聖)스러운 동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