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12월 초 경련을 보인 이후 일반 공개가 되지 않는 상황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지에서 밝힌 표면적인 사유는 건강상으로 인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기는 하고, 백번 천번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을 한다.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관람객도 가장 적은 시기이기도 하고, 다음 번식 계획에 따라 판다들의 이동도 잦은 시기인지라 건강상의 사유 이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일반적인 사유라면 짧게는 2~3개월내 늦어도 여름 성수기 이전에는 다시 방사장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염려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다른 요소가 개입되어 푸바오의 비공개나 방사장 이동이 결정된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인데 그것은 중국 선수핑 기지에서 건강상의 이유와는 무관하게 푸바오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경우이다.
먼저 중국이라는 국가 입장에서 판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자.
일부에서는 중국이 판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해외에 보내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을 주로 하는 것 같은데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중국이 판다 한마리를 해외에 임대하고 보호기금으로 받는 돈이 1년에 14억(100만불/마리, 환율 1,400원 계산) 정도이니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한번 따져보자.
현재 전세계 동물원에 나가 있는 판다가 56마리이다. 이중에서 홍콩, 마카오, 대만에 나가있는 12마리는 제외하고, 순수하게 해외에 임대하고 보호기금을 받는 판다는 44마리. 어미하고 새끼의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는데 그냥 전부 어미 가격인 100만불로 계산해서 일년에 616억. 여기에 부수적인 비용들을 2~3배로 잡더라도 1,232~1,848억.
현재 중국이 GDP 순위가 세계 2위(23년 기준 2경 6천조원, 23년 한국 GDP 2,243조)인 국가이다. 그런 나라에서 1,200~1,850억 남짓한 판다보호기금 때문에 판다를 해외에 보낼까? 수십년전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컸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70년대 후반 등소평이라는 걸출한 지도자의 선택으로 중국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선지도 수십년이 흘렀고 경제, 군사력, 과학 기술력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하여 미국에 이은 G2의 지위에까지 올랐지만,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세계인들의 중국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는 개선이 안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판다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고, 판다는 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이미지 장벽을 깨는 트로이 목마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난 판다는 좋지만, 중국은 싫다. '
하지만 판다 때문에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의 음식을 접하고, 중국의 문화를 접하고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마치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외국인 중 일부는 K-POP이나 K-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는 것 처럼, 현재까지는 딱히 해외에 먹힐만한 소프트 파워가 부족한 중국 입장에서는 판다라는 존재는 중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문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가끔 해외의 K-POP 팬들이 콘서트에 가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 있는 모습이나 한국의 음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비추어주는 뉴스를 보면서 잠시 국뽕에 취하듯이, 중국인들도 해외에 나가있는 판다들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외국인들의 뉴스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실제로 판다 관련 중국 뉴스를 살펴보면 해외에 나간 판다를 위해서 각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사용했는지 얼마나 열렬히 판다를 환영하고 환송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있는 푸바오의 인기가 치솟는 모습을 보며 중국은 매우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푸바오를 5분 보기 위해 몇 시간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푸바오 팬들. 그리고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되는 날 새벽부터 환송을 나온 수 많은 사람들. 중국의 판다를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다니.... 중국 언론에서도 이런 홍보 기회 놓칠리 없고 중국 국민들도 관심 충전 만땅.
이때까지는 좋지 않았을까?
푸바오를 보러 선수핑으로 오는 관광객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고....입장료 수입도 수입이지만 중국의 판다를 보러 중국까지 한국인들이 찾아온다는 것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더 커지기를 바라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푸바오가 중국에 오면서(아니 오기 수개월 전) 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한국의 팬들과 언론들이 학대를 주장하기 시작하고 푸바오의 일거수 일투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 트럭시위, 해외 광고판, 대사관이나 해외기관이나 기구을 통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학대의혹을 전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동이가 커지듯 확대 재생산되어 갔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일 중의 하나인 중국이나 중국의 정치체제를 비난하는 글들도 보게 되고 기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상황에 아마도 꽤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향후 추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꽤 관심있게 지켜보았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런 와중에 야외 방사장에 나간 푸바오가 경련을 일으키는 건강상의 문제가 터져나왔고 비공개 명분으로는 충분한 환경은 조성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만약 두번째 이유에 의해서 푸바오가 못 나오는 것이라면 푸바오의 비공개는 생각보다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공개가 안될수도 있다.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는데 누가 어떤 이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푸바오를 공개함으로서 얻어지는 관람객 증가라는 유형의 효과보다 중국 당국에서 내심 더 기대했을 푸바오를 통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이라는 무형의 효과는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비공개 구역에 있는 판다가 넘쳐나는데 뭐하러 하루가 멀다하고 사소한 일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 내 여론까지도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한국에서 온 판다를 공개하겠는가?
난 푸바오가 간 이후 일부 푸바오팬들에 의해 제기되던 의혹들이 적당히 진정되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이 중국대사관, 해외 동물단체, 언론 등에 알리겠다는 내용을 보면 대다수는 그냥 억까인데 과연 해외의 전문가 집단에서는 한국 팬들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때가 있다. 억까는 상대방을 당황 시킬 수는 있어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나름 성공.
한가지만 보자. 학대의 증거로 온갖 잡다한 것들을 끌어모아 선수핑 방사장에 카메라 뚜껑이 떨어졌니 대나무 잎이 시들었니 단발성 건까지 일일이 나열해서 푸바오의 안전을 보장하라 대책을 마련하라 주장하는데 이게 중국 대사관이나 해외의 동물단체 혹은 해외 광고판에 알릴 내용인지 궁금하다.
한국 판다 팬들의 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을 애완동물같이 바라보는 듯한 인식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되짚어 보면, 나 같이 유튜브나 인스타에 판다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의 책임도 일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예쁘고 귀여운 장면만을 선택하여 만든 편집 된 화면, 실제 동물원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질러대는 관람객들의 소음을 BGM이나 음악으로 가리고 방사장에 오물이 떨어지거나 다른 생명체가 들어 온 상황은 적당히 빼 주고 한 것이 전체적으로 현실 감각을 떨어뜨리고 한국 동물원을 낙원으로 여기게 된 것은 아닐지 생각 해 본다.
반성의 의미로 이제 편집이 전혀 되지 않은 동영상을 가끔씩 올려보려한다.
아래의 동영상은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를 안한 동영상이다. 러바오 아이바오가 공식적으로 방 바꾸기 몇 개월 전에 방 방꾸기 시도했을 당시 아이바오가 적응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던 모습이다.
만약 아이바오가 왔던 그 시기에 올렸는데 이 모습을 가져다가 한국으로 보낸 아이바오가 학대 받고 사육사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중국 판다팬들이 한국대사관이나 동물단체에 시정과 대책을 지속적으로 대책을 요구하고, 한국은 판다를 사육할 자격이 없으니 중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라고 주장했다면??
내가 수많은 동영상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동물들의 일상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모습을 안 올린 이유(지금껏 단 한번 올린 적 있는데 러바오의 눈 주변 털 빠짐 건이었다)는 이런 모습은 관람객의 영역이 아니라 동물원 사육사와 수의사라는 전문적으로 동물을 돌보는 사람의 영역이고 그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을 가져다 어그로용으로 이용하거나 특정 동물원이나 사육사를 비난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일방적인 인식의 오류를 유발했나보다.
이 세상 푸바오 걱정은 혼자서 다하는양 난리들인데 가만히 지켜보는게 그렇게 힘드나?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걱정거리도 아닌 것을 걱정하고, 머릿속에만 머물러야 할 상상이 게시판에 공유되며 망상으로 발전되고 확산되는 한국 일부 판다팬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하다.
아래는 중국의 기사 하나 링크 해 본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중국 여론 주도층이 푸바오와 한국팬에 대해서 이런 시각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 푸바오가 사람들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것은 단지 오늘이냐 내일이냐 혹은 내년이냐하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https://finance.sina.com.cn/wm/2024-11-27/doc-incxnmtq6869819.shtml